전국장애노인연대 대표 : 박명애
| 담당 | 전국장애노인연대 간사 박미주(010-씨2060-57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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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포일자 | 2026.07.05.(일) |
| 제목 | 이재명 정부 보건복지부는 더이상 장애노인의 권리를 행정의 재량 아래 묶어두지 말라 -장애인일자리사업 차별 조항 삭제 판결에 대한 보건복지부 상고에 부쳐- |
2026년 6월 4일, 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에게 별도의 심사 절차를 부과하고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를 가로막아 온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2026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에 포함된 차별 조항의 삭제를 명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4일, 두 차례에 걸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끝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7일 선고된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적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층 정교한 법리와 논증으로 보건복지부의 차별성을 다시 확인하였다. 국가가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앞에서 취해야 할 유일한 태도는 반성과 책임의 이행이어야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끝내 상고를 선택했다. 두 번의 판결로도 꺾이지 않는 이 완고함이 지키려는 것은 권리를 행정의 권한 아래 묶어두려는 낡은 통치의 관성이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의 논증이 도달한 지점을 분명히 기록해 두고자 한다. 재판부는 ‘등록 장애’만이 아니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가 정한 ‘장애’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해석하였고,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 가능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고 의사진단서 제출까지 요구하는 조치가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제도 간 정합성’이라는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이 실제로는 중증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집중시키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 특히 장기요양등급은 애초에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지표가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곧 근로 능력의 저하나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장애의 개념을 좁은 행정적 범주 안에 가두지 않고, 장애인의 노동 능력을 일방적으로 재단해 온 행정 관행에 일갈한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행정부의 오만한 태도와 이유 없는 상소 관행에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소송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보인 비겁한 태도와 주장들을 기억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사업이므로, 이 사건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 ‘나이’로 인한 차별”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국가에게 장애인을 차별했는지 따지니 “나이를 차별했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장애인의 노동권을 제한한 행정 조치를 방어하기 위해 ‘재정 부담’을 앞세워 ‘정당한 차별’을 주장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말장난에 재판부는 ‘차별 시정을 위한 국가의 가중된 책무’로 응답하였다. 차별을 시정해야 할 국가가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 다른 차별의 이름 뒤로 숨으려 하는 태도를 두고, 법원은 그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소송은 장애와 나이듦이 겹치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원고 최윤정 씨는 만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에서 노인장기요양으로의 전환을 강요당했고, 그렇게 떠안게 된 수급 자격은 다시 장애인 일자리 박탈의 사유가 되었다. ‘노인 차별‘로 ’장애 차별‘의 혐의를 덮으려 하는 무책임한 국가 아래에서 장애를 가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곧 권리의 연쇄적인 박탈을 의미한다. 2019년 ‘현대판 고려장’ 폐지를 외치며 단식에 나섰던 중증장애인들의 투쟁에서부터, 만 65세 도래 장애인의 선택권을 법률에 새긴 활동지원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장애노인의 존엄은 국가의 선의나 제도의 자연스러운 진보가 아니라 오로지 당사자들의 저항과 분투 속에서 한 걸음씩 전진해 왔다. 이번 판결 또한 바로 그 계 위에서 견인된 성취이다.
그러나 그 성취와 변화를 수용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 정부 들어서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법부가 두 차례 확인한 차별에는 상고로 불복하고, 국회가 통과시킨 선택권 보장 법률에는 예산과 행정상의 사정을 들어 시행 시기를 미루었다. 장애인의 절박한 현실과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앞에서도 권리 보장의 이행 시기와 범위를 끝내 행정이 결정하겠다는 태도, 권리의 실현을 인권과 법의 명령이 아니라 행정의 사정과 재량에 종속시키겠다는 그 오만한 태도는 상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상고와 선택권 보장 법률의 시행 유예는, ‘민생 우선’을 내세우는 이 정부의 ‘먹고사니즘’, ‘실용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노출한다.
이 사건의 무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는 권리를 정치적 결단이 아닌 관료 행정의 사무로 되돌리는 태도이자 이윤이 남지 않는 사회 보장, 존엄의 영역에는 좀처럼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려는 계산이다. 권리의 언어는 표면적으로 수용하되 그 실현의 시기와 범위만큼은 끝내 행정이 통제할 수 있는 만큼으로 가두어두려는 관성이다. 그렇게 갇힌 자리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여전히 시혜의 문법을 벗어나지 못한 채, 권력의 선의와 재량에 기대야 하는 낡은 방식을 반복한다.
외현상 장애인일자리사업 지침 몇 줄을 둘러싼 소송처럼 보이나, 그 몇 줄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국가가 장애인의 삶을 다루어 온 방식 전체였다. 국가는 장애를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이 관리하고 처분할 대상으로 다루어 왔고, 나이듦이라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마저 권리를 거두어들이는 계기로 삼아 왔다. 장애노인이 겪는 권리의 소멸은 어느 한 제도의 빈틈이나 행정상 착오가 아니라, 국가가 장애와 맺어 온 관계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통해 우리는 이 체제의 실제를 직시한다. 그리고 장애인의 존엄한 나이듦을 위한 전위 조직, 전국장애노인연대의 이름으로 저항을 결의하며 이재명 정부 보건복지부에 요구한다.
지금 당장 상고를 취하하라. 판결에 따라 「2026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의 차별 조항을 즉각 삭제하고, 장기요양등급을 이유로 장애인의 노동을 가로막아 온 모든 행정 관행을 폐지하라. 65세 도래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지금 당장 시행하라.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로부터 배제될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장애인 앞에 ‘정당한 차별’이라는 형용모순이 승인되는 분통한 체제의 변혁을 위해 전국장애노인연대는 타협없는 현장 투쟁을 조직하겠다.